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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은 두 번의 이별이 있었습니다.
고모를 마지막으로 본 게 몇 년 전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평소 고모를 떠올렸을 때 그려지는 정정하시고 든든한 모습이 아니어서 깜짝 놀랐던 일이 떠오릅니다. 그녀는 오랫동안 수선집을 운영했습니다. 어릴 적 수선대 위에 올라가 놀았던 일, 크고 무거운 가위가 원단을 가르며 드르륵 내는 소리, 미싱기에 찔린 엄지손톱에 크게 들어있던 멍, 겨울이면 가게 안에 진동하는 기름 난로 냄새 같은 것들이 기억납니다.
실감이 나지 않아서 일까요.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어서 였을까요. 고모의 소식을 들은 직후에도, 장례식장에서도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사촌 언니, 오빠와 잠깐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고모 이야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뭐 그런 이야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사촌언니의 배웅을 받고 건물을 나서는데, 등에 스미는 햇살의 온도가 너무나도 따뜻해 왠지 고모처럼 느껴졌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볕이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별안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것을 간신히 붙들고, 서둘러 차에 타 조금 울었습니다.
문득 좋아하는 영화에서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이 있고, 물에 잉크가 퍼지듯 서서히 물드는 사람이 있다.
어떤 형태의 이별은 죽음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랑했던 사람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것. 후회를 남기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 파도처럼 밀려오거나 서서히 물든다는 것.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시작이 있기에 끝이 있다는 진리를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우리는 대개 끝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딱히 익숙해지고 싶지도 않지만, 필연적으로 앞으로의 삶에 기어코 오고 말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끝을 잘 준비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시작과 끝이 있다는 건, 그 중간도 있다는 말이니까요. 그 중간에서 더 많이, 아낌없이 사랑하세요. 그래야 파도처럼 밀려오든 서서히 물들든, 너무 깊이 잠기지 않을 테니까요.